또봄 편지 2026 여름호
갑자기
멈춰 선 계절
또봄 로고의 첫 번째 네모는 여름입니다. 암은 대개 그렇게, 한창인 계절에 아무 예고 없이 옵니다.
여는 글
저도 여름에 들었습니다
2015년 7월이었습니다. 서른다섯,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두 달 전에는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가끔 배가 아팠지만 위염인 줄 알았습니다. 혈액암 말기라는 말을 들은 건 그해 여름이었습니다.
여름은 다들 어디론가 떠나는 계절입니다. SNS에는 바다 사진이 올라오는데 저는 병실에 있었습니다. 그 격차가 병보다 아팠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호를 여름에 냅니다. 지금 창밖을 보고 계신 분께 이 여름은 지나간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나간 다음에 갈 곳을 하나 정해 두시라는 말도요.
이정훈 · 한국청년암협회또봄 이사장
다 나으면 갈 곳
페루 · 마추픽추
치료를 마치고 1년 뒤, 혼자 80일을 걸었습니다. 그 여행의 첫 챕터가 페루였습니다. 포토북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도시, 마추픽추. 내 청춘의 버킷리스트. 포토북 ‘당신을 또 봅니다’ 中
마추픽추는 해발 2,430m에 있습니다. 잉카가 왜 이 높이에 도시를 지었는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다만 거기 서 있으면, 이유를 모르는 일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는 게 이상하게 위로가 됩니다. 내가 왜 암에 걸렸는지도 끝내 모릅니다. 술도 담배도 안 했는데 걸렸으니까요.
무리하지 않는 쪽으로
쿠스코(3,400m)에서 고산 적응에 이틀을 쓰고, 유적까지는 걷는 대신 기차와 버스로 갑니다. 마추픽추는 쿠스코보다 1,000m 낮아서, 적응만 되면 오히려 편합니다.
고산은 회복기 몸에 부담이 됩니다. 항암치료 중이거나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지금 갈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이 꼭지는 오늘 떠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적어 둘 곳을 하나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가는 길과 예약 방법, 그리고 페루의 다른 다섯 곳 → 이카 · 나스카 · 쿠스코 · 우유니 · 69호수를 고도순으로 정리했습니다.
포토북을 만든 이유도 그거였습니다. 읽는 책이 아니라 적는 책. 병실에서 읽기는 어렵지만, 한 줄 적는 건 할 수 있으니까요. 포토북 이야기 보기 →
챙기세요
확진받고 30일, 이것부터
진단 직후에 가장 먼저 챙길 것은 건강보험 산정특례입니다. 등록하면 암 진료에 드는 요양급여비용의 5%만 부담하고, 5년간 적용됩니다.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것
확진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청하세요. 30일 안에 등록하면 확진일부터 5년이 적용됩니다. 늦으면 등록한 날부터 세기 때문에 그 사이 진료비는 소급되지 않습니다. 토요일과 공휴일도 30일에 포함됩니다.
신청은 이렇게
- 건강보험 산정특례 등록 신청서에 담당 의사의 자필 서명을 받습니다.
- 가까운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제출합니다. 방문 · 팩스 · 우편 모두 됩니다.
- 병원이 대신 등록해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EDI). 원무과에 먼저 물어보세요.
5년 뒤에는
기간이 끝날 때 잔존암이나 전이암이 있거나 재발이 확인되어 항암치료를 계속하는 경우 재등록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종료 예정일 1개월 전부터 가능합니다. 달력에 미리 표시해 두세요. 이걸 놓쳐서 몇 달치 부담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잘 모르는 연 200만원
여기서부터가 정말 많이들 놓치는 부분입니다. 소득세법은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를 세법상 장애인으로 봅니다. 암 환자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해당되면 연말정산에서 1명당 연 200만원을 추가로 공제받습니다.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등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 등록 장애인이 아니어도 됩니다.
어디서 받나 — 원무과가 아닙니다
필요한 서류는 장애인증명서 한 장입니다. 그런데 이건 제증명 창구에서 떼는 서류가 아니라, 담당 주치의가 진료과에서 직접 발급합니다. 원무과에 갔다가 헛걸음하는 경우가 많으니, 다음 외래 때 주치의에게 바로 말씀하세요. 증명서에는 장애 예상 기간을 적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지난 해를 놓쳤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연말정산에서 빠뜨린 공제는 5년 안에 경정청구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홈택스에서 신청하거나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면 됩니다. 주치의에게 과거 시점부터의 장애 기간을 확인받아 증명서를 받으면, 지난 해까지 소급됩니다.
산정특례에 등록됐다고 자동으로 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항시 치료를 요하는 상태’인지는 담당 의사가 판단해 증명서를 발급합니다. 요건에 맞지 않는데 공제받으면 나중에 추징될 수 있으니, 주치의와 상의한 뒤 진행하세요.
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제도는 바뀔 수 있습니다. 신청 전 공단(1577-1000) 또는 병원 원무과에 확인하세요.
또봄이 한 일
후원금이 간 곳
- 5,403,878원2025년 들어온 돈
- 5,565,296원2025년 쓴 돈
- 약 50명Cheer UP 참가
Cheer UP 곧, 봄 — 네 번째 무대를 열었습니다. 암 경험자 세 명의 토크와 비보잉 공연을 함께 놓았고, 암 경험자와 보호자 약 50명이 함께했습니다. 2025년 12월 12일, 선릉 제이드409.
언론 대상 세미나에 연사로 나가, 청년 암 경험자가 겪는 편견과 실제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기자들에게 직접 전했습니다. 2025년 12월 3일.
청년 암 투병기 출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협의와 삽화 후원이 확정됐고 원고는 약 30% 진행됐습니다. 2026년 출간을 목표로 크라우드펀딩으로 낼 예정입니다.
수입 · 지출은 주무관청에 제출한 2025년도 결산서 기준입니다. 전체 내역은 결산 내역, 행사 기록은 네 번의 무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